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캐스팅 고르는 방법, 빅터와 앙리 조합부터 보면 달라집니다

얼마 전에도 관객 몇 분과 이야기하다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캐스팅은 누구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사실 이 작품은 ‘누가 잘하느냐’보다 ‘어떤 결의 비극을 보고 싶은가’가 먼저입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앙리 뒤프레, 그리고 2막의 자크와 괴물까지 배우 한 명이 완전히 다른 얼굴을 꺼내야 하는 구조라서 캐스팅 선택이 작품의 온도를 꽤 크게 바꿉니다.
2024년 10주년 기념 공연 기준으로 빅터와 자크는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이 맡았고, 앙리와 괴물은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이 나눠 섰습니다. 공연 기간은 2024년 6월 5일부터 8월 25일까지였고,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포함 175분이었습니다. 2026년에는 본 공연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콘서트 형태로도 이어졌는데, 그래서 지금 이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이라면 ‘지난 시즌 캐스팅 성향’과 ‘콘서트형 무대에서 살아날 넘버’를 같이 떠올려보는 게 좋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캐스팅은 배역보다 조합으로 고르는 작품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빅터 한 명만 보고 예매하면 살짝 아쉬울 수 있습니다. 물론 빅터는 작품의 축입니다. 생명 창조에 대한 집념, 전쟁의 상흔, 죄책감, 오만함이 모두 이 인물에게 걸려 있죠. 그런데 이 작품의 진짜 감정선은 빅터가 앙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앙리가 빅터를 어디까지 믿는지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캐스팅을 볼 때 빅터와 앙리의 대비를 먼저 봅니다. 빅터가 차갑고 예민한 결이면 앙리는 인간적인 온도를 가진 배우가 붙었을 때 균형이 좋습니다. 반대로 빅터가 감정을 밖으로 크게 드러내는 타입이면, 앙리는 단단하게 버티는 쪽이 좋고요. 이 차이가 1막 연구실 장면과 2막 격투장 장면에서 완전히 다른 파장을 만듭니다.
- 서늘한 심리극을 원하면 빅터의 지성과 불안을 섬세하게 밀고 가는 조합이 좋습니다.
- 대극장식 폭발감을 원하면 고음과 에너지의 합이 강한 조합을 고르는 편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 인물 관계를 깊게 보고 싶다면 앙리의 말맛과 괴물의 감정선이 선명한 캐스팅을 우선으로 보면 좋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자크까지 생각해야 선택이 쉬워집니다
이 작품의 독특한 지점은 주요 배우들이 1인 2역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빅터 배우는 2막에서 자크를 함께 맡습니다. 빅터가 지식과 신념의 이름으로 사람을 밀어붙이는 인물이라면, 자크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입니다. 같은 배우가 두 인물을 연기하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둘 다 인간을 도구로 보는 순간이 있지 않나 하고요.
유준상 계열의 빅터를 떠올리면 노련한 리듬과 인물의 균열이 먼저 생각납니다. 초반부터 이미 오래 앓아온 사람처럼 보이는 장점이 있어요. 신성록의 빅터는 무대 장악력과 불안정한 카리스마가 강하게 남습니다. 규현은 넘버의 선율을 비교적 깨끗하게 가져가면서 빅터의 외로움을 부각시키는 쪽에 가깝고, 전동석은 대극장 보컬의 밀도와 비극적 낭만성이 강하게 살아납니다. 물론 공연은 회차마다 다릅니다. 같은 배우도 상대 배우, 컨디션, 객석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을 만듭니다.
빅터를 고를 때는 ‘나는 이 인물을 이해하고 싶은가, 아니면 무너지는 모습을 압도적으로 보고 싶은가’를 생각하면 편합니다. 이해 쪽이면 디테일이 많은 배우가 좋고, 붕괴 쪽이면 에너지의 낙폭이 큰 배우가 잘 맞습니다.
앙리와 괴물은 이 작품의 심장을 쥐고 있습니다
솔직히 프랑켄슈타인을 여러 번 본 관객들이 앙리 캐스팅에 예민한 이유가 있습니다. 앙리는 1막에서 빅터의 동지이자 양심처럼 기능하고, 2막에서는 괴물이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돌아옵니다. 이 전환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작품의 비극이 설명으로만 남습니다. 반대로 이 전환이 살아나면, 관객은 괴물을 무서워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이 쓰이게 됩니다.
박은태는 이 배역에서 감정의 결을 아주 촘촘하게 쌓는 배우로 기억됩니다. 특히 괴물의 고통을 소리의 크기만이 아니라 호흡과 침묵으로도 보여주는 쪽입니다. 카이는 클래식한 발성과 선이 장점이라 앙리의 품격, 괴물의 비극성을 정갈하게 가져갑니다. 이해준은 인물의 날것 같은 감정과 젊은 에너지가 잘 살아나는 편이고, 고은성은 몸의 긴장과 음악적 추진력으로 괴물의 절박함을 밀어붙이는 맛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앙리의 노래를 잘 부르는가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배역은 아름답게 부르는 순간보다, 아름답게 살고 싶었는데 끝내 그렇게 살 수 없게 된 사람의 감각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프랑켄슈타인 캐스팅을 추천할 때 늘 앙리와 괴물의 해석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처음 관람과 재관람은 캐스팅 기준이 달라야 합니다
첫 관람이라면 너무 실험적인 선택보다 작품의 큰 서사를 선명하게 잡아주는 조합이 좋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넘버가 강하고 장면 전환도 큰 작품이라, 초반에 인물 관계를 놓치면 2막의 감정이 늦게 들어옵니다. 그래서 첫 관람은 발음, 대사 전달, 넘버의 안정감이 좋은 배우 조합을 고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재관람이라면 취향을 조금 더 좁혀도 됩니다. 예를 들어 1막의 지적 긴장감을 좋아하는 관객은 빅터 중심으로 보면 되고, 2막의 감정 폭발을 기다리는 관객은 앙리와 괴물 중심으로 잡는 게 맞습니다. 줄리아와 까뜨린느, 엘렌과 에바의 캐스팅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이들이 흔들리면 남성 인물들의 비극이 자기연민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반대로 여성 배역들이 단단하게 서면, 작품 전체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 첫 관람: 대사 전달과 넘버 안정감이 검증된 조합을 우선합니다.
- 두 번째 관람: 빅터와 앙리의 해석 차이를 비교합니다.
- 세 번째 이후: 자크, 괴물, 에바, 까뜨린느의 2막 톤을 중심으로 보면 새롭게 보입니다.
좌석까지 같이 봐야 캐스팅의 장점이 살아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대극장 뮤지컬답게 음악과 군무, 조명 그림이 큰 작품입니다. 앞열은 배우의 표정과 호흡을 따라가기 좋지만, 무대 전체의 스케일은 조금 놓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블 중후반은 장면 구성과 조명, 앙상블의 움직임이 잘 들어옵니다. 저는 첫 관람이라면 1층 중앙 중간 구역을 가장 무난하게 봅니다. 배우 얼굴을 더 보고 싶다면 오페라글라스를 챙기는 쪽이 낫고요.
보컬의 압을 좋아하는 관객은 너무 뒤로 빠지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은 고음 한 방만 있는 작품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배우 음색이 부딪치며 감정을 만드는 작품이라, 소리가 객석에서 어떻게 섞이는지가 꽤 중요합니다. 다만 자리가 앞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2막 격투장 장면처럼 무대 전체의 질감이 중요한 장면은 조금 떨어져 볼 때 더 잔인하고 처연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캐스팅을 고르는 일은 결국 내가 어떤 비극에 더 마음이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빅터의 오만을 보고 싶은 날이 있고, 앙리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을 보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 번 보고 끝내기보다 캐스팅을 바꿔 다시 볼 때 훨씬 많은 얼굴을 보여줍니다. 저는 좋은 프랑켄슈타인 회차란 완벽하게 매끈한 공연보다,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의 외로움과 괴물의 슬픔을 끝까지 밀고 간 밤이라고 생각합니다.
